MLCC 품귀, AI 서버 보드 1장에 1만 2천 개 들어가는 이유

📌 2026년 10월 29일 기준

요즘 경제 뉴스에 “MLCC 품귀"라는 말이 자주 보여요. 삼성전기가 1조 원이 넘는 MLCC 공급계약을 공시했고, 납기가 61주까지 늘었다는 기사도 나왔어요. 그런데 정작 이 부품이 무엇이고 왜 AI 서버가 늘면서 모자라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아요.

결론부터 말하면, MLCC(적층 세라믹 콘덴서)는 반도체 바로 옆에서 전기를 잠깐 모아 두었다가 필요한 만큼 고르게 내보내는 아주 작은 부품이에요. AI 서버의 칩은 전기를 훨씬 많이 쓰고, 그 전기가 흔들리지 않아야 해서 칩 주변에 이 부품을 촘촘히 붙여야 해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 GB200 보드 1장에 MLCC가 약 6,500개, 차세대 루빈 보드 1장에는 약 1만 2,000개가 들어간다고 추정했어요.

그래서 AI 서버가 늘수록 MLCC 중에서도 용량이 크고 오래 버티는 고사양 제품부터 부족해지고 있어요. 다만 기사에 나오는 “납기 61주"는 유통사 화면에 뜬 값이라, 대형 고객사가 실제로 기다리는 기간과는 달라요.

이 글에서는 MLCC가 하는 일, AI 서버에 많이 들어가는 이유, 지금 얼마나 부족한지, 그리고 뉴스를 볼 때 어떤 숫자를 믿고 어떤 숫자는 걸러 읽을지를 다뤄요. 특정 종목을 사거나 팔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MLCC가 뭐길래 — 쌀알보다 작은 전기 댐

MLCC는 세라믹 층과 금속 전극 층을 번갈아 겹겹이 쌓아 만든 부품이에요. 삼성전기는 600층까지 쌓은 고용량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해요. 크기는 삼성전기 제품 기준으로 0.4mm×0.2mm부터 5.7mm×5.0mm까지이고, 무라타가 소개한 가장 작은 칩은 0.16mm×0.08mm예요.

하는 일은 두 가지예요. 전기를 모아 두었다가 반도체에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내보내고, 회로 안의 잡음(노이즈)을 걸러 내요. 삼성전기는 이 역할을 “댐"에 빗대 설명해요.

핀셋 끝에 놓인 아주 작은 직육면체 모양의 MLCC 칩들을 가까이서 본 생성형 실사 이미지
이게 부품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는 거의 다 들어가요. 스마트폰, TV, 가전, PC, 자동차, 통신 기지국, 의료기기까지요. 삼성전기가 2024년 5월에 낸 자료를 보면 최신 스마트폰 한 대에 약 1,000개, 자동차 한 대에 1만여 개, 전기차 한 대에는 약 1만 8,000~2만 개가 들어가요.

전원과 반도체 칩 사이에서 MLCC가 전기를 모았다가 일정하게 내보내는 모습을 늡대가 설명하는 그림
전기를 모았다가, 고르게

AI 서버에 왜 이렇게 많이 들어가나

답은 전기예요. AI 서버는 칩 하나하나가 쓰는 전기가 크고, 그 전기를 안정적으로 넣어 줄 회로가 복잡해요. 회로가 복잡해질수록 칩 주변에 붙는 MLCC도 늘어나요.

트렌드포스는 엔비디아 GB200 보드 1장에 MLCC가 약 6,500개 들어간다고 봤어요. 차세대 루빈 보드는 설계 전력이 GB200의 약 2배라 전원 관리 회로가 더 복잡해지고, 그 결과 1장에 약 1만 2,000개가 필요하다고 추정했어요. 보드 36장이 들어가는 루빈 NVL72 랙 한 대로 계산하면 연산 보드에만 43만 2,000개가 넘는다는 기사 계산도 나왔어요.

GB200 보드 1장 약 6,500개, 루빈 보드 1장 약 1만 2,000개를 나란히 비교한 카드
트렌드포스 추정, 거의 두 배

삼성전기 설명에 따르면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MLCC를 10배 이상 써요. 파는 회사가 내놓은 설명이니 방향을 보여 주는 숫자로 받아들이면 돼요.

개수만 많은 게 아니에요. AI 서버는 높은 온도와 높은 전압에서 24시간 돌아가서, 용량이 크면서도 쉽게 망가지지 않는 제품이 필요해요.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몇 곳 안 된다는 것이 삼성전기의 설명이에요.

수요는 GPU(그래픽처리장치) 보드 밖으로도 번지고 있어요. 트렌드포스는 10월 19일 공개한 요약에서 고용량 MLCC 수요가 서버 CPU(중앙처리장치)와 DDR5(서버·PC용 D램 규격) 메모리로 넓어지고 있고, 메모리 업체들이 미리 재고를 쌓으면서 공급이 더 빠듯해졌다고 짚었어요.

지금 얼마나 부족한가 — 납기와 가격

부족한 정도는 납기(주문하고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로 가장 잘 보여요. 뉴스핌·파이낸셜포스트·시티타임스는 트렌드포스 집계라며, AI 서버 공급망의 MLCC 평균 납기가 9월 중순 30주에서 10월 중순 35주로 늘었다고 같은 숫자를 전했어요. 수급이 안정적일 때는 12주 정도였다는 것이 같은 기사들의 설명이에요.

MLCC 평균 납기가 평소 12주에서 9월 중순 30주, 10월 중순 35주로 늘어난 것을 단계별로 보여 주는 카드
12주였던 게 35주로

뉴스에 자주 나온 “61주"는 성격이 다른 숫자예요. 뉴스핌은 부품 유통사 디지키(Digi-Key) 화면에 뜬 삼성전기 일부 MLCC의 표준 납기가 9월 39~49주에서 10월 61주로 늘었다고 보도했어요. 같은 기사는 이 값이 대형 고객사에 직접 넘기는 물량의 실제 납기와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어요.

주의

“삼성전기 MLCC를 받으려면 61주를 기다려야 한다"로 읽으면 지나칩니다. 61주는 유통사를 통해 새로 주문할 때 화면에 표시되는 표준 납기예요. 장기 계약을 맺은 대형 고객사가 받는 물량과는 다릅니다.

모든 MLCC가 똑같이 모자란 것도 아니에요. 트렌드포스가 8월에 전한 내용을 보면 범용 제품 납기는 1418주로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고사양 일부만 510개월까지 늘었어요. 스마트폰에 흔히 들어가는 제품보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용량 제품 쪽이 훨씬 빠듯하다는 뜻이에요.

유통사 화면의 61주 표시를 보고 놀란 인물이 대형 고객 계약 물량은 따로 움직인다는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3칸 만화
61주, 누구의 61주?

가격도 고사양 쪽부터 오르고 있어요. 디일렉이 전한 삼성전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MLCC 평균판매가격이 전분기보다 두 자릿수 수준으로 올랐다는 설명이 나왔어요. 트렌드포스는 8월에 삼성전기가 4분기 완성품 업체 대상 가격을 소비자 기기용 X5R 등급은 평균 2530%, AI 서버용 X6S 등급은 평균 1020% 올릴 것으로 추정했어요. 고객과의 협상에 따라 달라진다는 단서가 붙은 추정치예요.

반면 무라타와 TDK는 가격을 묶어 두고 있다는 보도가 8월과 10월에 이어졌어요. 같은 품귀라도 회사마다 가격을 움직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해요.

숫자로 남은 것 — 공시와 실적

기사 속 추정과 달리, 회사가 직접 신고한 숫자도 있어요. 삼성전기는 6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MLCC가 들어간 공급계약을 다섯 건 공시했어요. 계약 상대는 모두 「글로벌 대형기업」으로만 적혀 있고, 계약 기간은 다섯 건 모두 202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이에요.

공시일계약 품목금액2025년 매출 대비
6월 30일MLCC약 4,540억 원4.0%
7월 23일MLCC약 2,951억 원2.6%
9월 1일MLCC약 1조 722억 원9.5%
9월 29일MLCC 및 인덕터약 2,850억 원2.5%
10월 6일MLCC약 2,856억 원2.5%

삼성전기가 2026년 6월부터 10월까지 공시한 MLCC 공급계약 다섯 건의 금액을 날짜순으로 견준 막대그래프
9월 1일 계약이 가장 커요

다섯 건을 더하면 약 2조 3,919억 원이에요. 9월 29일 계약에는 인덕터 몫이 섞여 있어서 MLCC만의 금액은 아니에요. 9월 초 기사에 나온 “누적 1조 8,213억 원"은 9월 1일까지 세 건을 더한 값이고, 그 뒤로 두 건이 더 나왔어요.

몇 가지는 같이 알아 두면 좋아요. 금액은 달러 계약을 원화로 바꾼 값이고, 공시에 “계약금액 및 기간은 변동될 수 있음"이라고 적혀 있어요. 공시 원문에는 계약 품목이 MLCC로만 적혀 있고, “AI 서버용"이라는 설명은 9월 1일 삼성전기 보도자료에서 나왔어요. 5월 20일 공시된 약 1조 5,570억 원 계약은 실리콘 캐패시터라는 다른 부품이라 표에서 뺐어요.

실적에도 수요가 드러나요. 삼성전기가 10월 28일 낸 3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MLCC가 속한 컴포넌트 사업부 매출이 1조 8,830억 원으로 1년 전 1조 3,812억 원보다 36% 늘었어요. 이 사업부 매출의 92%가 캐패시터에서 나왔고, 회사는 서버·네트워크·파워 같은 AI 데이터센터용 제품 비중이 커진 덕이라고 설명했어요. 외부감사인 검토 전 숫자예요.

일본 무라타제작소도 같은 방향이에요. 7월 31일 발표한 2026년 4~6월 실적에서 캐패시터 매출은 2,825억 엔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고, 회사는 데이터센터와 자동차 수요가 이끌었다고 밝혔어요. 더 눈에 띄는 건 주문이에요. 같은 기간 캐패시터 수주는 4,155억 엔으로 85.5% 늘었고, 6월 말 쌓인 주문(수주잔고)은 4,021억 엔으로 3월 말보다 49.4% 불었어요. 회사 전체의 수주/출하 비율은 1.34였는데, 1을 넘으면 들어온 주문이 내보낸 물량보다 많다는 뜻이에요.

다만 무라타는 이 주문 가운데 공급이 막힐까 걱정해 앞당겨 넣은 주문이 섞였을 수 있다며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스스로 밝혔어요. 주문이 많다는 숫자와 그 주문이 끝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다른 이야기예요.

공급은 왜 바로 늘지 않나

만드는 쪽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아요. 문제는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사이 범용 제품 일부는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에요.

무라타는 2025년 8월 29일 MLCC 일부 제품의 단종을 알리는 통지서 두 건을 냈어요. 하나는 GRM·GRT·GJ8·ZRA 시리즈 일부로, 마지막 주문은 2026년 9월 30일, 마지막 출하는 2027년 9월 30일이에요. 다른 하나는 크기가 큰 GRM·GRT·GCM 제품으로, 마지막 주문은 2027년 3월 31일이에요. 무라타는 MLCC 공급을 안정시키고 다른 제품의 생산능력을 늘리려는 결정이라고 설명했어요.

여기에 더해 무라타가 2026년 9월에 범용·자동차·통신용 9개 시리즈 일부 규격의 추가 단종을 통지했다고 트렌드포스가 대만 언론을 인용해 전했어요. 기사에서 “최근 무라타 단종"이라고 쓸 때는 1년 전 통지와 이번 통지가 섞여 있을 수 있어요. 쓰고 있는 품번이 대상인지와 마지막 주문일은 무라타 대리점에 통지서 번호로 물어보는 게 정확해요.

증설 소식도 있어요. 무라타는 데이터센터용 MLCC에 약 800억 엔을 더 투자해 2026년도와 2027년도에 약 400억 엔씩 쓰겠다고 밝혔어요. 삼성전기는 컨퍼런스콜에서 필리핀 신공장이 2027년부터 고부가 MLCC 위주로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어요. TDK와 다이요유덴은 9월 29일 MLCC·인덕터 공동 개발 같은 제휴를 검토하기로 기본합의했지만, TDK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어요.

무라타 단종 일정, 무라타와 삼성전기의 증설 계획, 2027년 초 공급 부족 정점 전망을 세 칸으로 묶은 인포그래픽
줄고, 늘리고, 기다리고

트렌드포스는 10월 요약에서 공급 부족이 2027년 초에 가장 심할 것으로 내다봤어요. 새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하는 시점과 겹치는 만큼, 그때까지는 고사양 제품이 빠듯한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혀요.

자동차는 덜 팔려도 MLCC는 더 쓰인다

AI 서버만큼 크지는 않지만 자동차 쪽도 수요를 받치고 있어요. 무라타는 2026년도 세계 자동차 생산을 9,040만 대로 1년 전보다 2% 적게 봤어요. 그런데 그중 전동화 차 비중은 42.5%에서 50.2%로 오른다고 전망했어요.

전기차 한 대에는 MLCC가 약 1만 8,000~2만 개 들어간다는 것이 삼성전기의 2024년 설명이에요. 차가 덜 만들어져도 전동화 차 비중이 오르면 들어가는 MLCC 개수는 늘어나는 쪽으로 움직여요. 삼성전기도 4분기 전망에서 전동화 차와 운전 보조 장치가 늘면서 자동차용 수요가 견조하다고 밝혔어요.

뉴스 볼 때 이 네 가지만 보세요

“MLCC 품귀"는 앞으로도 한동안 기사에 자주 나올 거예요. 처음 이 산업을 공부하는 직장인이라면, 기사 제목보다 아래 네 가지를 보는 편이 덜 휘둘려요.

  1. 계약은 공시로 본다. 전자공시시스템 DART에서 「삼성전기」를 검색하고 「단일판매ㆍ공급계약체결」을 열면 금액, 계약 기간, 매출 대비 비율이 나와요. 기사 속 누적 금액이 언제 기준인지도 여기서 맞춰 볼 수 있어요.
  2. 주문이 계속 쌓이는지 본다. 무라타 실적 자료의 캐패시터 수주와 수주/출하 비율이 1을 넘는지,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 매출이 계속 느는지가 품귀가 이어지는지 보여 줘요. 무라타의 다음 분기 발표 일정은 무라타 IR 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3. 납기 숫자는 누가 낸 건지 본다. 유통사 화면 값인지, 시장조사업체 집계인지, 회사 발표인지에 따라 같은 “납기"라도 뜻이 달라요.
  4. 앞당긴 주문이 빠지는지 본다. 무라타가 스스로 경계한 대목이에요. 공급이 풀리기 시작할 때 주문이 갑자기 줄면 숫자가 빠르게 꺾일 수 있어요.

이미 관련 회사 주식을 갖고 있다면, “품귀니까 오른다"로 바로 잇기보다 분기 실적이 나올 때마다 위 2번과 4번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 보세요. 주가에는 이런 기대가 먼저 반영돼 있을 수 있어요.

참고: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기 「단일판매ㆍ공급계약체결」 공시 · 삼성전기 2026년 3분기 실적 자료 · 삼성전기 보도자료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 · 삼성전기 보도자료 「MLCC, AI·전장 시장 공략」 · 삼성전기 MLCC 제품 소개 · 무라타 FY2026 1분기 실적 설명 자료 · 무라타 FY2025 결산 설명 자료 · 무라타 단종 통지 D09014 · 무라타 단종 통지 D08957 · 무라타 MLCC 기술 소개 · 트렌드포스 2026.5.18 · 트렌드포스 2026.8.18 · 트렌드포스 2026.8.27 · 트렌드포스 2026.9.11 · 트렌드포스 MLCC Market Bulletin 2026.10.19 · 뉴스핌 2026.10.22 · 뉴스1 2026.10.23 · 인베스팅닷컴(시티타임스) 2026.10.23 · 파이낸셜포스트 2026.10.24 · 디일렉 2026.10.28 · 이투데이 2026.9.2 · EE Times Japan 2026.9.29